"눈앞에 펼쳐진 여수 바다"


 여행 중이라 그랬는지 늦게 잔 것에 비해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그 어느 때보다 부지런히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첫날 묶었던 숙소(B&F HOTEL)는 주차장이 좁아 다른 차들이 조금만 선을 지키지 않아도 세울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없어진다. 만약 이 주변 숙소를 묶는다면 근처 공영주차장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확실히 지방이라 밤새 세워도 이용료는 얼마 나오지 않았다.





 원래 숙소에 예약했던 오션뷰 객실이 더블 부킹이 되는 일이 생겼다. 숙소에서는 다른 방이 하나 남아있는데 괜찮냐고 물어봤고 나는 어차피 혼자 온 여행에 숙박이 저렴할수록 좋았기에 동의하고 다른 방을 이용했었다.


 방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호텔 바로 앞에 바다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날에는 밤에 도착해 있는지도 몰랐더니 바다가 너무 가까이 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전날 오션뷰 방을 이용하겠다고 좀 더 우겨볼 걸 그랬다. 건물들을 뒤로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찾아가는 향일암"


 바다를 보며 여유롭게 산책이라도 할까 했지만 전날 시간이 없어 결국 돌아왔던 향일암을 꼭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숙소가 있던 학동에서 돌산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 심지어 길에 차도 많아 결국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다. 평일에는 꽉 막혀 움직이지도 못하는 거리라고 하니 조금 여유롭게 움직이는 게 좋겠다.


 전날의 경험으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향일암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는 역시나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돌아가는 차들도 여럿 보이는데 역시 방문할 예정이라면 분위기를 보고 주차장을 이용하자.





 금오산 향일암(金鰲山向日庵)이라고 적힌 일주문이 보이는 입구에 도착했다. 일주문 뒤로는 향일암을 향한 긴 돌계단 길이 보였다.


 매표소에서 향일암 가는 길은 계단으로 가는 길과 일반적인 오르막길 두 가지가 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가서 내리막 길로 내려오는 것으로 보이고 물론 나도 그렇게 이용했지만 계단을 오르기 힘든 경우에는 그 반대로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계단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높아 땀이 많이 난다. 원래 땀이 많은 채질인 나는 매표소에서 이미 생수 하나를 사서 길을 걸었다. 입장료는 2천 원 생수는 천 원이라 3천 원 정도는 준비해서 가는 게 좋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향일암을 향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둘러보면 나처럼 한 손에 생수통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0월 중순이지만 날씨가 좋아 금방 땀이 흐른다.





 햇살이 내리쬐는 맑은 날씨에 기분은 좋지만 점점 지쳐간다. 힘들어질 때마다 귀여운 불상들이 하나씩 반겨주는데 모습과 달리 밑에는 진지한 글들이 적혀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불상과 같이 사진 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오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중간지점에 조망대와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다들 계단을 올라오느라 힘들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쉼터에서 쉬고 있다.


 조망대에서 바다를 향해 바라보면 금오산(金鰲山)이라는 이름처럼 섬에서 튀어나온 부분이 정말 자라의 머리처럼 보인다. 마치 바다 위에서 헤엄치는 거대한 자라 위에 있는 것만 같다.






"드디어 향일암 도착"





 조망대에서 바다를 보며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걸어가다 보면 불이문(不二門) 이 보인다.


 이 문은 거대한 바위 틈 사이에 나있는 통로인데 그 앞에 서면 밖에선 생각지 못했던 모습이 펼쳐진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이 틈은 대략 성인 한 명이 지나갈 만큼 벌어져 있고, 반대쪽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져 덩치가 있는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불이문을 통과해 바로 보이는 바윗길 사이로 조금 더 올라가면 드디어 향일암 경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4대 관음 기도도량 중 한 곳인 향일암에는 기도를 드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 중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밖에 길게 줄 서있던 차들도 이해가 된다. 주말에 곧 다가오는 수능까지 있어 더 많은 사람이 몰린 모양이다.





 대웅전 근처에 있는 범종각. 이 범종각은 2009년에 절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다행히도 피해를 입지 않아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 중 하나라고 한다. 추가적으로 향일암은 화재 후 건물들을 새로 지은 상태다. 최대한 과거 모습과 같게 재건했겠지만 분명 변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방문 시에는 주의 또 주의해야 한다.


 향일암은 새해 일출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새해를 맞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아마 그때 타종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 거대한 종이 울리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 들어보기로 하고 다시 걸었다.





 대웅전 옆으로 바위틈으로 좁은 길이 나있는데 이 길을 통과하면 드디어 관음전에 도착할 수 있다. 통로가 좁고 사람이 많아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사람 한 명도 지나가기 쉽지 않은 길이다. 이런 길을 어떻게 발견해서 이곳에 절을 지었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음전 옆에는 바다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관음보살 상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앞에는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관음 전안에도 몇몇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는 안내표지가 있어 내부는 찍지 못했다.





바다 쪽을 바라보면 평평한 바위가 보이는데 그 위에 작은 글씨로 '원효 스님 좌선대' 라고 적혀있다. 향일암을 지은 원효대사가 기도를 했던 장소인데, 그 당시에 저 바위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어떤 심정으로 이 절을 지었을지 궁금하다.





 금오산이라는 이름처럼 자라가 이곳의 상징인 모양이다. 경내 곳곳에는 자라 모양의 장식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놓치기 쉬운 작은 장식부터 큰 석상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이것도 자라인가? 하는 것처럼 이런 소소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향일암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관음전에서 다시 왔던길을 돌아 대웅전, 삼성각을 지나 향일암 밖으로 나오면 계단이 아닌 오르막길이 보인다. 이 길이 입구까지 쭉 이어져 있기 때문에 올라 올 때 계단이 아닌 이 길로 올라와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내려오는 길에 사람들 다니는 걸 구경하듯 자라 모형 하나가 굴속에서 쳐다보고 있다. 이런 곳에도 있네 하고 맘속으로만 웃으며 다시 길을 내려왔다. 올라갈 때와는 달리 이 내리막길은 별로 길지 않아 입구까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임포리에 위치한 향일암으로 올라가는 길, 돌산은 갓김치가 유명해 이 길 좌우에 많은 가게에서 갓김치를 팔고 있다. 물론 갓김치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있는데, 일반적인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다른 지역 음식점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향일암에서 먹은 해물라면"


 향일암을 둘러보고 내려왔을 때도 여전히 차들은 길게 늘어서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역시 차를 가지고 온다면 가급적 입구에 있는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료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차가 많은데도 생각보다 주차장에는 계속 빈자리가 곳곳에 보인다.





 휴게소에서 주문한 해물라면, 아침에 서두르느라 아무것도 못 먹고 나온 상태에서 금오산, 향일암까지 한 바퀴 돌고 오니 이 상태로는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을 것 같아 휴게소 한쪽에 자리해 해물라면을 주문했다.


 사실 큰 기대 안 하고 주문했던 해물라면이었는데 그 안에는 굴을 비롯한 해산물이 꽤 푸짐하게 들어가 있다. 갓김치가 유명한 지역답게 반찬으로 갓김치가 나오는데 이 갓김치를 라면에 같이 올려먹으니 입안에 만족스러움이 가득해진다.





 내려오는 길 여수 바다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거제로 향한다.


2일차: 숙소(B&F 호텔) → 향일암 → 거제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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